어떻게 하면 공부한 것을 오래 기억하고, 나아가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 먼저 기억이란 뭘까 고민해 봤다.
기억의 정의
기억은 경험과 학습의 중심이 되는 정신적인 과정으로 정보의 부호화(encoding), 저장(storage), 파지(retention,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유지하고 있는 작용) 및 인출 (retrieval) 등의 포괄적인 인지과정이다
위 정의로부터 기억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호화, 저장, 파지, 인출의 네 요소가 다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기억’이라는 것이다.
부호화 : 기억을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유입
저장 : 암송(rehearsal)을 통해 부호화 된 정보를 저장. 암송이란 반복, 복습을 뜻한다.
파지 : 저장된 정보를 유지하고 보유하는 과정
인출 : 정보의 output. 저장된 정보를 꺼내다 쓰는 과정.
각 단계가 어떻게 기억 형성에 도움이 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기억의 구조적인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억의 구조적 측면
감각기억 : 말 그대로 감각. 시각, 청각, 촉각. Ex)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것.
단기기억 : 자각(Awareness). 지각(perception)함으로써 감각기억이 단기기억으로 전이되며, 여기서 지각이라 함은 경험에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는 과정. Ex) 책을 읽는 것
장기기억 : 암송(Rehearsal)을 통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기억 구조의 형성
감각기억이 단기기억으로 넘어가는 지각과정에서 정보의 부호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감각 정보에 노출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하는 정보만 집중을 통해 부호화 하기 때문이다.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 정보만이 머리속에 남는다.
단기기억으로 옮겨간 정보는 암송(rehearsal)을 통해 장기기억에 저장된다. 암송에는 유지 암송과 정교 암송이 있다. 유지 암송이란 단순히 정보를 반복해 되 뇌이는 것을 뜻한다. 정교 암송은 우리가 이미 장기기억에 저장해 둔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이다. 정교 암송을 하면 더 깊은 수준에서 인지처리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보가 더 오래 간다. 예를 들자면 복잡한 한자를 외울 때, 단순 반복을 하는 것은 유지 암송이고 한자의 부수를 통해 형성 원리를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은 정교 암송이다. 후자가 더 오래 갈 수밖에 없다.
파지와 인출을 이렇게 저장된 정보를 실제로 써먹는 과정이다. 그러나 나는 파지와 인출도 정교 암송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장한 정보를 꺼내 쓰는 과정에서 기억이 재구성되고 강화되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해부학 교과서로 익힌 지식을 카데바 실습을 통해 인출하는 과정에서 장기기억이 강화되고 유용한 형태(실제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되는 것을 느꼈다.
장기기억과 고득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에 답할 차례이다. 어떻게 하면 공부한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기억의 네 단계를 충족시키는 공부를 하면, 장기기억과 고득점 둘 다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에 있어서 실패는 기억의 네 단계 중 어느 한 단계가 빠지거나 부실한 것이 원인이다. 학교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할 때, 눈은 분명히 책을 보고 있었는데 공부를 끝내고 나면 머리 속에 하나도 남은 게 없는, 비극을 경험한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아니면 분명히 내용은 다 외웠는데, 막상 시험에 들어가서 지문을 보면 기억이 안나는 슬픔을 겪은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기억의 네 단계 중 하나라도 충족을 하지 못하면 이런 일을 겪게 된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할 때, 눈은 분명히 책을 보고 있었는데(부호화X) 공부를 끝내고 나면 머리 속에 하나도 남은 게 없는 비극
내용은 다 외웠는데, 막상 시험에 들어가서 지문을 보면 기억이 안나는(인출X) 슬픔
결국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가공하고,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저장한다.”
학습을 하는 데 있어서 “이해”와 “기출문제 분석”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해를 해야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고, 기출문제를 분석해서 수험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내가 외울 수 없는 형태의 정보와 써먹을 수 없는 형태의 정보는 시험장에서 쓸모가 없다.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의 차이.
그리고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의 차이.
이 두 가지를 잘 하는 게 공부 잘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 조수진, '기억처리과정의 이해(2012)', Review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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