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
一 : 한 일
切 : 온통 체
唯 : 오직 유
心 : 마음 심
造 : 지을 조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먹고 깨우쳤다는 '일체유심조'. 원효대사는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가르침으로 불교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원효대사가 처음 이 사상을 주창했을 때는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이론이었기에, 신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요즘은 초중고 역사 교과서에 짤막하게 소개될 뿐,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와 힘이 간과되는 것 같다.
'일체유심조'는 불교 교리의 한 축을 넘어서, 일상생활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행복을 영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다
다음은 자기개발서의 고전 중 고전, <자기 신뢰(에머슨)>을 인용한 것이다.
"정치적 승리, 임대료 인상, 건강 회복, 떠났던 친구가 돌아오는 것 또는 다른 외부적인 사건이 여러분을 기분 좋게 하고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속지 말라. 항상 그렇게 될 수는 없다. 평화를 주는 것은 당신 자신밖에는 없다"
에머슨이 말한 것처럼 인생에서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의 나쁜 일을 견디는 것이 이후의 좋은 일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등교하고, 저녁에는 학원에 가고, 밤에는 숙제를 하고. 주말도 없이 살면서 대학만 가면 이 골치 덩어리들과는 이별하겠다 마음먹었었다.
수능을 딱 치고 대학에 들어가서 한 1개월까지는 행복 했었다. 그러나 이내 행복은 시들해졌고 다른 문제들 때매 고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가고 공부할 양이 많아지면서 다시 고등학생의 삶과 비슷해졌다.
졸업이라는 외부적 사건이 나를 기분좋게 하고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외부적 사건은 내게 평화를 주지 못했던 것이다.
야구는 잘하던 놈이 잘하듯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다' 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화와 행복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체유심조'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 내 경험을 풀자면, 나는 지겨운 일상 때문에 고통받을 때 다음과 같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Fact : 하루종일 수업을 듣고 저녁 시간도 다음 주 있을 시험에 대비에 할애해야 한다.
->부정적 생각 :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20대를 보내다니 정말 비참하고 고통스럽다.
->긍정적 생각 : 나 자신을 위해 선택한 길을 착실히 걷고 있구나. '이런 기회가 있는 게 어디냐' 되뇌자.
->아무 생각 X : 오늘 일정 분량을 소화하고 외운다.(단순노동)
마음만 바꿨을 뿐인데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나를 위한 일', '기회', '착실함', '단순노동'으로 바뀌었다.
원효대사의 말처럼 모든 것을 마음이 지어낼 수 있다면, 평화와 행복도 지어낼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재해석한 '일체유심조'라는 클리셰의 힘과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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