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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클리셰 다시보기

[클리셰 다시보기] 4.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by FORT98 2020. 12. 7.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2014.03.16 BAC 2기 3월 1차_현대카드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 YouTube

 모 카드회사 cm송의 한 구절이다. 노래도 은근히 좋아서,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도 곧 잘 흥얼거리곤 했었다. 

 

 다만, 아름다운 광고라고 할 수는 없다. 2002년 카드 대란이 터진 후 불과 3년 만에 나온 광고이기에  더욱 그런 측면이 있다.

 

 또한 인생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을 제시했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광고를 봤을 때, "즐거움은 소비에서 오니까 일단 쓰자!"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광고의 노랫말처럼 웃으면서 살기에도 인생은 짧기에, 인생을 즐길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즐겨라'라는 표현이, 저 광고 때문인지 요즘 유행하는 '욜로(YOLO)'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래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메시지를 잃었기에 부정적이고 상투적으로 들릴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일상을 즐겨라"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일상을 즐겨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일만 끝나면 다 행복하고 잘 될 거다' 이런 거는 있을 수가 없더라. 언제나 새로운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니까... 너도 늘 일상에서 즐거울 거리를 찾고..."

 말씀의 요지는 '언제나 산 너머 산이기 때문에, 걷더라도 즐겁게 걸어라'라는 것이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살아있는 한 문제는 계속해서 생긴다. 피부에 와 닿는 예를 들어보겠다.

초중고 12년 끝나니

대학을 가래 아직 못 찾은 나의 자리

신입생 환영회가 끝나니

입영 통지서가 내 눈 앞에 빤히

-이진우 장원급제 (Feat. 보이비 & Owen Ovadoz) (Prod. by Godan)

 많은 남성들이 공감할 만한 가사이다. 전역 후에는 어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됐는가?

 

 이렇듯 사람은 언제나 문제를 달고 살아갈 수 밖에 없으므로, 일상을 즐겨야 한다. 그렇다면 일상을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상을 즐기는 방법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방법과 태도에 대한 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나태주 <사는 일>

 시에서 화자는 기차가 일찍 떠나버려서, 두어 시간을 땀 흘리며 걷게 되는 문제에 직면한다. 그렇지만 화자는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길을 걷는 동안 싱그러운 바람, 멍석딸기, 물총새의 쪽빛 날갯짓을 감상하면서 즐겁게 길을 걸었다. 

 

 만약 화자가 일상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싱그러운 바람, 멍석딸기, 물총새는 커녕 먼저 떠나가 버린 기관사에게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관점을 바꿔서, 기차를 탔다한들 일상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행복했을까? 화자가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즐겁게 갈 동안 지루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처럼 일상을 즐기는 것에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아침마다 별생각 없이 마시던 커피의 향을 맡으려고만 해도 일상이 즐거워진다. '오늘은 어제보다 살짝 연한 것을 보니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나?/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더 향이 강한 것 같네/음 이 집 커피는 향이 좀 다르네. 원두가 다른 건가?/...' 등 생각할 거리가 생기고, 남 모를 나만의 즐거움도 생긴다.

 

 이런 남 모를 나만의 즐거움을 하나씩 쌓아가는 게, 일상을 즐기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상을 즐기는 게 인생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험을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는 일상을 즐기는 방법으로 '하루 하늘 세 번 보기'를 실천한다. 어디서 '하늘을 하루 세 번 올려다 보는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서 정한 원칙이다. 의식적으로라도 하늘을 보면 은근히 기분도 좋아지고, 간혹 정말 근사한 하늘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진을 찍어서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들한테 안부 삼아, '하늘 봐라'라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보낸다.

 

 반응이 시원찮을 때도 있는데, 그거도 나름대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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