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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에 관한 생각] 다리를 떨면 진짜로 복이 나갈까?

by FORT98 2021. 2. 8.

다리 떨면 복 나간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다리 떨면 복 나간다고. 복(福)이라는 것부터 비과학적인 단어기는 하지만,  "관념운동 효과"를 고려했을 때 다리 떨면 복 나간다는 말이 아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이미지 출처 : 다리 떨면 복나간다는 이유 :: 새콤달콤한 오늘 (komtoday.com)

연상작용

 다음 두 단어를 보자.

 레몬    복불복

 

 부지불식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머릿속에 레몬의 신맛이 떠오르고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얼굴 근육이 긴장된다. 동시에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데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이런 자동적인 작용을 연상작용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상작용이란 어떤 생각이 다른 생각을 촉발하면서 뇌에서 여러 생각이 연달아 폭포처럼 쏟아지는 현상이다. 떠오른 생각은 인지적, 감정적, 신체적 강화를 거친다.

연상작용

 레몬과 복불복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레몬의 신맛과 블쾌함의 기억이 떠오른다. 감정이 유발되고 얼굴 근육의 긴장된다. 얼굴 근육의 긴장은 다시 얼굴 근육이 긴장됐던 기억과 감정을 연상시킨다...

 

 인지 작용은 머릿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겉으로도 드러난다. 

관념운동효과

 관념운동효과는 위 같은 연상작용에서 기인한다. 심리학자 존 바그는 뉴욕대학 학생들 두 집단으로 나눈 뒤 무작위의 단어를 제시하고 문장을 완성하는 테스트를 했는데, 한 집단에게만 '플로리다', '깜빡이다', '주름', '흰머리'와 같이 노인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를 섞어서 제시했다. 테스트가 끝나면 복도 끝의 다른 방으로 가서 또 다른 테스트를 해야 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시간이었다. 노인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를 제시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훨씬 느린 걸음으로 이동했다.

 

 직접적인 단어를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노인 생각을 뇌가 자동적으로 점화했고, 생각이 행동을 촉발해 노인처럼 걷게 했다. 생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 이 점화 효과를 '관념운동효과'라고 부른다.

 

 다음은 영국의 한 탕비실에서 진행된 실험이다.

Bateson, Melissa, Daniel Nettle, and Gilbert Roberts. "Cues of being watched enhance cooperation in a real-world setting."  Biology letters  2.3 (2006): 412-414.

 돈을 '양심 상자'에 자율적으로 넣고 커피나 차를 마시는 시스템이었는데, 가격표 위에 어떤 그림이 붙었냐에 따라 모인 돈이 달랐다. 눈 사진이 붙었을 때가 소비된 우유 1L 당 지불 금액이 높았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양심적인 행동을 촉발했다.

 

 관념운동효과는 양방향이라, 행동도 생각을 촉발한다. 펜을 어떻게 물고 있었는가에 따라 같은 대상을 두고도 긍정과 부정이 나뉘었다는 연구가 그 예다. (펜을 가로로 물면 자동으로 웃는 얼굴이 된다. 세로로 물었을 때보다 긍정평가를 할 확률이 높았다) 같은 헤드폰을 두고도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들은 집단과 좌우로 가로저으며 들은 집단에서의 평이 갈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은 집단에서 헤드폰의 성능을 더 높게 쳤다.

다리 떨면 복 나가는 이유

 연상작용과 관념운동효과를 바탕으로, 총 두 가지 측면에서 복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보통 우리는 불안할 때나 집중이 안될 때 다리를 떤다. 이 기억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에 다리를 떨면 우리도 모르게 불안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불안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실수를 하거나 일을 그르칠 확률이 높아진다. 복이 나갈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2. 다른 사람이 우리가 다리를 떠는 것을 보면 불안했거나 산만했던 감정이 떠오른다. 얼굴 근육이 긴장되면서 표정도 찌푸려진다. 결국 우리를 산만하고 불쾌한 감정을 자극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던지 당당하게 살아가라고는 하지만, 불편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면 인간관계에서 행운이 따를 가능성은 적어진다. 중요한 순간 그 사람에 대한 평소 인상이 상황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꽤 보지 않는가?

요약

1. 다리를 떤다고 실시간으로 복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2. 다리를 떨면 실수를 하거나 일을 그르칠 확률이 높아진다. 복이 나갈 가능성이 증가한다.

3. 다리를 떨면 편안한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데 마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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